as.yours - 하영 as.yours

1,071 Posts   13,147 Followers   498 Following

- 하영   오래 쓰면 분명 힘이 됩니다.

http://brunch.co.kr/@math9772

- 내가 거짓말을 할 때는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였다. 단지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그것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때로는 암묵적인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내 계획에 있지 않는 일이다. 만약 몇 가지 거짓이 들통난다면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겠다. 어쩌면 그대가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날은 사랑을 하다 잠시 멈칫할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애정하는 당신을 오래 바라보기 위해 했던 나의 거짓이 모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 나름,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변함없이 밥숟갈을 뜨고 손깍지를 낀 채 길거리를 거닐었다. 내게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아요.라고 말해주었으면 했지만 지금은 당신의 얼굴을 태연히 바라볼 수 있음에 만족하자. 사랑을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을 마음에 묻어두자.

있는 그대로 행복하기도 힘든 요즘 우리는 마냥 기뻐하는 것에도 눈치를 보고있습니다. 너무 기뻐하다 보면 금방 절망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행복할 때 그냥 행복함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무엇이 우리를 이리도 작게 만든 것일까요.

"어제 친구가 결혼했는데요. 식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친구 뒷모습을 보며 막 울었어요. 왠지 아주 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헤어지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하구요. 아저씨는 저보다 좀 더 사셨으니까 그 만큼 헤어진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그쵸?" ⠀ "그랬겠지." ⠀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그래" ⠀ "아저씬 더 이상 헤어질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 "만남을 간직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언제나 헤어짐으로 완성되기 마련이야."

-언덕 그 상점은 추억을 살 수 있었다. 여기 아무것도 모르는 한 청년이 호된 사랑을 경험하고는 빨개진 얼굴로 가게를 찾았다. "아저씨 추억 한 아름 주세요. 여기 제 전 재산을 드릴게요."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꺼내놓고선 주름 가득 울상을 짓는 남자가 가여웠지만 주인은 돈보다는 너의 아픔을 달라고 얘기했다. 잊기 힘든 기억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면 딱 지금처럼만 아파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어깨가 들썩이며 큰 물방울이 그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얼마나 서러워 보이는지 주인도 잠시 이를 악물정도였다. 이윽고 소매가 다 젖었을 때 주인은 그에게 오밀조밀한 추억을 건넸다. 아프고 후회로 가득 찼던 지난날을 쥐어짜내 나온 몇 조각의 추억이었다. 소년은 그것을 가슴에 품고 서둘러 마을 언덕으로 향했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 아름다웠던 때를 그리워하러. 그러고 보면 추억은 항상 소맷자락에 후회가 조금씩 묻어있었다. 꼭 칠칠맞은 사람처럼.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랑할 날은 많거늘. 조금씩 녹아내려가는 그녀의 조각들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소년의 훌쩍임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래, 그렇게 아파하는 것이야. 사랑은 아픈 것이지. 조금 더 성숙해지면 단지 덜 아픈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뿐이야. 그때는 더 잘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완벽한 사랑은 없으니까. 흔들려야만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사랑은.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떠한 부분이 마음이 들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느껴지는 느낌이 좋아서가 아닐까요.

-가끔 이런 것을 느끼곤 한다. 낯선 사람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택시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트게 된다면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의 시간은 모험이 되고 지연된 열차나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누는 옆 사람과의 대화는 또 다른 여행이 된다. 사람은 때론 낯선 사람에게 덤덤히 치부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잔잔한 비밀들을 일상에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항상 잘나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 그 사람과의 대화에 흥미만 있다면 우리는 신기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우리가 겪지 못했던 상상 이상의 경험을 했을 수도 있고 독특하고 사랑스럽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 수 있다. 그러다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알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곤한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새로운 기회라고 여긴다. 경계가 만개하는 요즘 30분 정도의 깊은 대화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게 하고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예민함을 부식시킨다. 어디에서든 몰랐던 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가. 나와 몇 백 킬로는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자라 곧은 인생을 산 당신과 이 찰나의 순간에 인연이 닿아 나눴던 대화는 너무나도 뜻깊었고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 어느 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분명 동공은 지구만큼 커지고 양손을 펼치고 활짝 웃게 되겠지. 진정한 소통은 눈을 마주치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 나는 안부를 묻지 않기로 했다. 타인과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진 우린 오늘도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누군가와 몇 미터 멀어졌습니다. 내가 발걸음을 돌린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마 확실한 듯 하네요. 미워서가 아닙니다. 단지 상황이, 세월이 이렇게 만들었으니까요. 적적한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잘 지내는 지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안부를 묻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한가 봅니다. 그 몇 마디 내뱉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대체 무슨 이유로 이리 무색한 사람이 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살가운 대화를 나눈 지 오래되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제는 영영 멀어져 안부도 묻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매번 입 속에 안부를 머금는 걸로 끝을 내야 할까요.

타이밍이 좋았다면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 혹시 요즘 고민이 있으신가요? 하고 있는 일이은 잘 풀리고 계시는지. 만약 고민을 단맛과 짠맛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짠단짠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현재 교정 중에 있는데 가족을 볼 겸 친구들을 볼 겸 장치를 바꿀 겸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오징어덮밥을 제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어머니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밥상을 차려주셨고 저는 티브이를 보며 그것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친구들과는 어제 본 것 마냥 술잔을 부딪혔고 치과에서는 좋은 클래식이 여전히 나오고 있었습니다. 고향에서의 시간은 정말 빨리 갑니다. 아무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있어서겠죠. 서울로 갈 때는 항상 버스를 타는데 출발하기 두 시간 전에 해운대를 와 혼자 바다를 보고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곤 합니다.(버스터미널이 해운대에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해운대에서 서울 남부 터미널까지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웬걸 한숨도 자지 않고 말똥 한 상태로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고민이 많아서였지요. 행복한 고민은 아니었지만 제법 묵직하고 의미 있는 고민이라 혼자 고심할 때 시간이 잘 간 것 같습니다. 고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글을 써야만 해소가 되는 이놈의 직업의식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제 바다를 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오늘 한강을 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것보단 어제는 바다를 봤는데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며 사무실로 향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이나 미소를 지은 것만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무한적인 고민에 휩싸여 살아가는 거겠죠. 하다못해 오늘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 또한 고민을 했을 터이니까요. 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 느끼고 있는 일상의 무게감을 나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에 대한 선택은 항상 나아가기 위한 것들이었으니 그 덕에 지금 현실이 만들어졌고 미래의 내가 태어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철학적인 삶은 저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거요. 마구 뒤엉킨 실타래를 빠르게 빼내는 것보단 천천히 묶여있는 것들을 하나씩 푸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7월의 고민은 사실 몇 달 전부터 생긴 것이었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보다 더 나은 하루를 보내고 있고 한결 가벼운 두통을 느끼고 있어요. 나는 그것으로 만족스럽습니다.

- 7월 둘째 주부터 진행하는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 만들기] 클래스 인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매주 감성적인 주제로 글을 쓰고 전반적인 글쓰기 스킬을 알아가며 단편집까지 만들 수 있는 유익한 클래스입니다. 글쓰기가 일상에서 조금 더 편해지길 바라는 분,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분, 다른 작가들과 함께 글을 쓰고 싶은 분, 억눌러있는 감정을 꺼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시간이며 수업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합정역 부근 소셜 팩토리에서 진행이 됩니다. 유인물은 매주 직접 제작해 전해드리며 수업은 두 시간 동안 진행이됩니다. 현재 소수 인원만 모집 중이니 참가하실 분은 제 프로필 링크 설문 참여나 다이렉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함께할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평온한 사랑을 원하면서 혹시 전에 맞았던 폭풍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그 맛이 달콤했다고 미련하게.

- 삶이 버거울 때. 의도치 않게 혼자 거리에서 앉아 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이해조차 바라지 않을 때. 마침 노을이 질 때. 누군가의 행복보다 불행이 먼저 보일 때. 불가피한 상처를 직감할 때. 반복되었을 때. 그득한 허영심에 사로잡힐 때. 밥이 목구멍에 잘 넘어가지 않을 때.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며 애써 생각할 때. 슬퍼도 울고 싶지 않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때 나는 참 우울했다. 별안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도 잔잔한 일상이 아니었나.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라 하지만 우리는 바다에 비친 햇살처럼 잔잔한 유리조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낮에 햇빛이 쬐는 바다 위를 보고 있자면 자글자글 반짝이는 게 꼭 유리조각이 뿌려진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보면 다 잔잔한 것이고 멀리서 보면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보이는 삶은 내가 지금 내려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리라. 반대로 삶이 가벼울 때. 혼자 있고 싶어도 내 사람이 나를 안아줄 때. 누군가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나를 제발 알아주길 바랄 때. 마침 좋은 바람이 불 때. 타인의 미소가 자꾸 눈에 보일 때. 상처가 아물었을 때. 이제야 미련을 멈추었을 때. 방금 먹은 음식이 너무 맛있을 때. 내가 정말 잘못한 게 아니었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 당신이 너무 보고 싶을 때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이처럼 절대 불행한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